[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속물로 가득한 인간 세상
[임영호의 책으로의 여행]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속물로 가득한 인간 세상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4.06.11 16:2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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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를 알기 위해 들여다봐야 하는 거울입니다. 세상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져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속물로 가득한 인간 세상이 더욱 그렇습니다.

오노레 드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
오노레 드발자크(Honoré de Balzac/1799~1850)

발자크(1799~1850)의 《고리오 영감》은 183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고리오 영감》은 허구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사실로 지금도 통하는 이야기입니다.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의 파리 사회는 시궁창과 같았습니다.

결혼이란 애정의 양식이 아닌 일종의 계약으로써 사회적 신분과 부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고리오 영감》은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더러운 세상 속 인간 군상(群像)의 행태를 보여줍니다.

발자크는 자기 정신세계 속의 속물근성을 있는 그대로 소설에서 표현했습니다.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속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소설 제목은 《고리오 영감》이지만 《고리오 영감》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리오 영감》 이 외 등장인물 중 법학도 라스티냐크와 탈옥수 보트랭도 비중 있게 다룹니다. 

저자 발자크는 라스티냐크의 시선으로 이 소설을 묘사하고, 보트랭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시각을 드러냅니다.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더없이 궁핍하고 가난이 도사리고 있는 음산한 서민 하숙집입니다. 쉰 살쯤 되는 보케르 부인은 40년째 파리의 거리에서 우중충한 다락방이 딸린 4층 하숙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이 여자는 정확하게 각자의 하숙비 금액에 해당되는 정성과 배려를 그들에게 베풀었습니다. 

이 집에서 잠까지 자는 하숙인은 총 일곱 명입니다.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식사 시간, 몸치장이 없는 처녀 타유페르 양과 근육질의 씩씩한 마흔 살쯤 되는 보트랭, 최고참 하숙인이지만 왕따 당하고 있는 고리오 영감, 귀한 집 자식처럼 보이는 대학생 라스티냐크, 그리고 하인과 식모가 함께합니다. 

그 외에 여덟 명의 법학도와 의학도, 두세 명의 주민이 이 집에 숙박은 하지 않고 저녁을 해결하여 저녁에는 스무 명 정도가 식사했습니다. 

이 거리에서나 볼 수 있는 값싼 하숙비는 금액은 적을지라도 그들이 명백한 불행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그들은 인생의 고비마다 어떻게든 헤쳐 나온 강인한 사람들이면서 냉소적이고 비정한 사람들입니다.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기에는 자신들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자신의 불행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처지에서 비롯된 불신이 무관심이 되었고 입안에는 탐욕스러운 이빨이 무기처럼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딸 바보 고리오
《고리오 영감》은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딸 바보 노인의 불행한 이야기입니다. 69살의 《고리오 영감》은 아주 순수한 사람입니다.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 자기가 최고로 여기는 가치에는 온몸을 다해 헌신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지옥이란 딸들 없이 지내는 것을 말합니다. 딸들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고, 딸들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딸들이 자신에게 잘못하는 것까지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인생, 바로 내 인생은 내 두 딸에게 달려 있소. 그 애들이 행복하다면, 내 새끼들이 우아하게 옷을 입는다면, 그 애들이 융단 위를 걸어 다니기만 한다면, 내가 무슨 옷을 입건 내가 누운 곳이 어디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소?"

《고리오 영감》은 밀가루를 만드는 제면 업자로서 당시의 시세를 잘 타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는 곡물 장사에 탁월했습니다. 시칠리아나 우크라이나와 같은 외국에서 값싸게 곡물을 수입하여 곡물을 잘 보존할 줄 알았고, 유통구조를 꿰뚫고 있었으며, 풍작과 흉작을 예견할 줄 알았습니다.

부인은 《고리오 영감》에게 무한한 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 7년 동안 그에게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행복을 선사한 그녀는 불행하게도 세상을 떠났고, 그는 그녀가 죽은 후 오로지 딸에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두 딸이 시집갈 때 자기 몫으로 연금 1만 프랑만을 남기고 남은 전 재산을 절반씩 떼어 지참금으로 주었고 딸들을 명망가의 집안과 혼인시킨 후 자신은 은퇴하고 이 하숙집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딸들의 허영
맏딸 아나스타지는 레스토 백작에게, 작은 딸 델핀은 부유한 은행가 누싱겐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두 자매 사이에는 질투심이 너무 심했고 둘은 서로 아는 척도 안 했습니다. 

동생 델핀은 재력가의 아내이면서도 언니처럼 귀족사회로 들어가려고 안달했습니다. 2년 만에 두 사위는 장인을 비렁뱅이처럼 여기고 자기들 사이에서 추방했습니다. 

두 딸도 재산 없이 연금으로만 먹고사는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고 외면합니다. 그의 딸들은 레몬을 쥐어짠 다음 그 껍질을 길모퉁이에 내버린 셈입니다. 

《고리오 영감》은 본인이 두 딸에게 짐만 되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딸들은 돈이 필요할 때는 아버지에게 손을 벌립니다. 

자식을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딸을 위해 줍니다. 마지막 남은 은그릇을 부수어 내다 팔고 나중에는 자신의 종신연금까지 처분해서 딸들을 도와준 그는 빈털터리가 됩니다. 

《고리오 영감》의 하숙비는 처음에는 독채로 1,200프랑이었지만, 나중에는 3층 900프랑 짜리로 이사했고, 3년째 되는 해에는 숙소를 4층으로 옮기고 45프랑씩 월세로 내며 살았습니다. 고리오씨가 고리오 선생님으로 불리다가 호칭이 《고리오 영감》으로 바뀐 시기도 바로 이때였습니다. 

청춘과 야망
라스티냐크는 시골 출신으로 가족들의 큰 기대를 짊어지고 파리로 유학을 왔습니다. 그는 법학도로서 출세에 대한 야망이 있었습니다. 공부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청년입니다. 그는 타락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공부에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파리는 그저 시적인 곳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지나 출세를 위해서는 사교계에 입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행운인지 가까운 친척이 사교계의 최고 명사 중 한 분인 보세앙 자작 부인이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무도회에서 가장 아름답고 맵시있는 아나스타지 레스토 백작부인을 만납니다. 

그녀가 여신처럼 느껴졌으나 우연히 그 집에서 목격한 《고리오 영감》 이름을 그녀의 앞에서 입 밖에 내는 바람에 백작부인 집에 출입 금지를 당합니다. 이번에는 보세앙 부인의 충고대로 그의 동생 누싱겐 부인 델핀에게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그녀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고리오 영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보세앙 부인은 여자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남자들이 얼마나 허영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될 거라며 이렇게 조언합니다. 

"당신에게 진실한 마음이 있다면 그런 감정일랑 보물처럼 감춰둬요. 사랑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 세상을 경계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는 학문과 사랑을 발판 삼아 박식한 법학자가 되는 동시에 사교계의 총아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그에게는 법전보다 사교계가 중요했습니다. 그는 이제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이 시험 기간에만 공부에 매진하기로 합니다. 

사교계에 진출하려면 준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깨끗한 장갑 하나 살 돈도 없는 그는 어머니와 두 누이동생에게 돈을 보내 달라고 편지로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으로 1,500프랑을 받아 입을 수 있는 옷을 맞추었습니다. 

그 기쁨은 뼈다귀 하나를 훔쳐낸 강아지와 같았습니다. 마음 한편으로 은식기를 내다 팔아 딸의 빚을 갚아주던 《고리오 영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죄책감과 고마움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상 속물의 생존 방법
《고리오 영감》의 또 다른 중심인물 보트랭은 당시 범죄 세계를 증언하고 회고록을 써서 유명한 비도크를 모델로 창조한 인물입니다. 

그는 마음으로 라스티냐크를 좋아했습니다. 보트랭은 머리와 야망을 가진 라스티냐크를 길들이려고 시도합니다. 그에게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보트랭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아무런 양심 가책 없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술수도 쓰고 불륜도 불사하는 등 비록 타락한 수단일지라도 목적을 위해서 모든 수단을 적극 이용하려 합니다. 

라스티나크는 남부 출신답게 망설이고 주저합니다.

"정직은 아무 소용없다네. 타락은 제멋대로 날뛰고 있고, 천재적 재능은 아무에게나 있는 게 아니야."

보트랭은 빅토린 타유페르 양을 미끼로 라스티냐크를 위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빅토린 타유페르 양은 부잣집 딸입니다. 아버지 타유페르는 은행가이자 타유페르 주식회사 대표입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지금 수중에 돈 한 푼 없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려 합니다. 보트랭은 사람을 사주해서 오빠라는 한심한 인간에게 시비를 걸어 결투를 통해 결국 그를 죽게 하는 계획을 짭니다. 

목표는 참으로 순하고 착한 타유페르 아가씨가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보트랭은 라스티냐크에게 그를 사랑하고 있는 타유페르에게 구혼하라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며 충고합니다.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보다 부잣집 딸과 결혼해서 그녀가 가져온 지참금으로 출세하는 것이 더 빠른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라스티냐크는 이미 《고리오 영감》의 막내 델핀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보트랭의 본래 이름은 자크 콜링으로 20년 이상 장기수로 탈옥하여 가발을 쓰고 변장하고 다니는 인물입니다. 그는 감옥에서 ‘불사조’란 별명으로 죄수들을 대표하는 악마적 재능을 소유한 인물이었습니다. 

파리 공안부장은 보트랭이 탈옥수 자크 콜링인지를 같이 하숙을 하고 있는 두 노인에게 돈을 주고 확인하려 합니다. 이 장면을 의대생 비앙숑이 우연히 엿듣고 라스티냐크에게 알립니다. 라스티냐크는 내일 아침 8시 반에 결투가 있는 것을 타유페르 의 오빠에게 알려 결투에 나오지 말 것을 말하려 했습니다. 

이것을 눈치챈 보트랭이 라스티냐크와 《고리오 영감》에게 수면제를 탄 포도주를 먹여 다음날 11시까지 잠들게 합니다. 결국 결투로 타유페르 양의 오빠는 죽습니다. 

고리오의 후회
《고리오 영감》이 타인과 맺은 유일한 인간관계는 라스티냐크입니다. 《고리오 영감》은 그를 영혼이 순수하고 맑은 정직한 청년으로 생각했고 자신의 막내딸 델핀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그를 자식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고리오 영감》은 델핀을 사랑하는 라스티냐크에게 모든 것을 다 처분하여 조그마한 아파트까지 마련해 주었으며 그도 하숙집을 나와 그 방에 딸린 아주 작은방을 사용하고 가끔 찾아오는 딸을 보는 재미로 살겠다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기 전에 《고리오 영감》은 파리 뒷골목 초라한 하숙집에서 생을 쓸쓸히 마감합니다. 임종의 시간에 그의 두 딸은 아프다는 핑계와 남편과의 불화를 이유로 《고리오 영감》을 찾아오지 않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무조건 재산을 몽땅 내주는 우리네 부모님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 내가 만일 부자로 재산을 거머쥐고 있었고, 그것을 자식에게 주지 않았다면 딸년들은 여기에 와 있을 테지. 그 애들은 키스로 내 뺨을 핥을 거야! (……) 나는 딸들을 너무 사랑했던 죗값을 톡톡히 다 치렀다네. 딸년들은 내 사랑을 원수로 갚았고 사형집행인들처럼 나를 불에 달군 쇠 집게로 지졌네."

라스티냐크는 선과 악의 속삭임 속에서 헌신적인 사랑의 화신 《고리오 영감》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확신하게 됩니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도 거부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자, 이제 파리와 나, 우리 사이의 대결이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라스티냐크는 지긋지긋한 파리를 떠나지 않고 오히려 용기를 백배 충전하여 악에 도전하려 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무언가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고리오 영감》은 내 마음 속의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도둑질하고 들킨 것처럼 불편함과 우울한 마음을 제쳐두고 자신을 한번 돌아보며 고뇌하게 합니다. 《고리오 영감》이 성경 한번 읽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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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배기 2024-06-17 20:45:39
SK의 정략결혼과 세기의 이혼소송을 되돌아 보게 되는 내용과 유사해서 인생에대한 면모를 성찰하는기회가 되었습니다!~^^

마중물 2024-06-13 21:27:58
《고리오 영감》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속물근성을
갖고 있는 경우를 흔하게 보고, 듣고 있습니다.

도둑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느니보다는
좀 궁핍하여도 땀 흘려 얻은 소득으로
근근이 생활 하는편이 우리의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할 것 같습니다.

《고리오 영감》의 줄거리를 통하여
다시한번 마음치유의 시간이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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