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92] 무심한 듯 다정한…보령시 청라면 옥계리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92] 무심한 듯 다정한…보령시 청라면 옥계리 은행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6.0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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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보령시 청라면은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청라면 장현1리 은행마을은 1,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식재된 우리나라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로 매해 가을이면 ‘청라 은행마을 축제’를 개최한다.

그래서 나는 옥계리 은행나무를 만나러 가는 길, 아름드리 은행나무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은행나무 보호수를 상상했다.

청라 은행나무만 검색해도 쏟아져 나오는 아름다운 은행나무 사진을 바탕으로 옥계리 은행나무의 모습을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계절이 봄인 만큼 노란 단풍이 아니라 초록빛 싱그러운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옥계리 은행나무를 만났다.

옥계리 은행나무 앞에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논밭 사잇길에 비닐하우스를 배경으로 자리한 옥계리 은행나무는 농사 비품을 껴안은 채 서 있었다.

처음엔 그 모습이 무심하면서도 다정해 보였는데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입안이 썼다.

안쓰러움을 넘어 안타까운 마음이 스멀스멀 밀려 올라왔다.

쌓여있는 농자재에 가려 보호수 표지석조차 보이지 않으니 그 존재 가치를 알아주는 이도 없겠고, 가치는 아는 이가 없으니 마음을 써주는 이도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로 이웃에 청라 은행나무 군락이 있으니 해마다 가을이면 얼마나 쓸쓸한 마음이 들었을까?

나무 앞에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 줄기까지 함부로 돋아난 은행잎을 마주한 후, 돋아난 생각들을 하나씩 접었다. 사람과 나무의 삶이 다르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나무는 시기, 질투가 없다. 소나무는 단풍나무의 노란 잎을 부러워하지 않고, 단풍은 소나무의 푸르름을 시기하지 않는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나무가 꽃을 피우지 않는 나무를 무시하지 않으며, 요란하게 열매를 맺은 나무가 푸르기만 한 나무를 게으르다 탓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최선을 다해 살아낼 뿐이다.

20m에 달하는 옥계리 은행나무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주변의 것들과 어우러져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봄, 너른 줄기까지 새잎에 내어주었고, 부지런히 농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가지와 잎을 키워냈다.

그야말로 무심하지만 다정하고 따뜻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환경을 탓하지도, 비교하지도 않고 말이다.

옥계리 은행나무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단풍 소식이 들려오는 가을 다시 옥계리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나무줄기까지 노랗게 물든 옥계리 은행나무의 모습이 꼭 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보령시 청라면 옥계리 653 은행나무 21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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