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91] 느긋한 고독…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버드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91] 느긋한 고독…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버드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5.30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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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도로변에서 292년 수령의 버드나무를 만났다. 

논길 한가운데 우뚝 선 버드나무는 홀로 서 있지만 외롭다기보다 나른하고 느긋한 고독이 느껴졌다. 

긴 세월 한곳에 머물러 있다는 건 길들어졌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외로움 또한 나른한 일상쯤으로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논밭을 오가는 이들이 있고, 나무 아래 잠시 쉬어갈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사시사철 노은리 버드나무의 벗이 되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끼를 뒤집어쓴 보호수 표지판에 닿은 시선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봄이 되면 제일 부지런히 연녹색 여린 잎을 틔우는 버드나무는 오래전부터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버드나무는 언뜻 보면 열매가 맺히기 전 꽃이 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버드나무가 수정 번식하는 게 아니라 뿌리를 통해, 혹은 물 속이나 땅에 내린 가지를 통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고 믿었다. 

성서 속 버드나무가 페르세포네의 성스러운 식물이 된 것 또한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버드나무는 성스럽다기보다 더없이 친근한 나무다.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잘 자라나서 초겨울까지도 푸릇한 잎을 내보이는 버드나무는 어르신들의 추억담에 자주 등장한다. 

물이 올라 말캉한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었다는 이야기부터 버드나무 아래서 쌓았던 소소한 추억까지 숱한 이야기들이 버드나무에 담겨 있다. 

농사를 지을 때도 버드나무 가지가 쓰였다. 농사직설에 따르면 봄에 밭갈이할 때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거름과 섞어 넣었다고 한다. 

봄 밭갈이는 거름을 많이 넣는 것 보다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씨앗이 뿌리를 잘 내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해 땅을 부드럽게 했다. 

이처럼 사람들의 곁에서 생을 함께 나누는 버드나무지만 버드나무의 상처를 다독이는 이는 얼마나 될까? 

버드나무는 빨리 성장하는 나무지만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 잘 썩는다. 

그래서 커다란 상처를 품고 평생을 살아가는 나무가 유독 많다. 노은리 버드나무 또한 줄기에 세로로 길고 큰 상처를 품은 채 살아왔다. 

상처가 난 곳은 가지가 돋지 않기에 평생 휑한 공간을 품고...... 

노은리 버드나무의 상처에 손을 얹어본다. 차가운 느낌이 감돌다 이내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문득 봄빛 가득한 날, 버드나무의 고독을 잠시 걷어내 줄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났다. 

버들피리를 불어도 좋고, 가물거리는 오래전 어느 날의 이야기를 풀어내도 좋으니 이 봄, 느긋한 고독을 밀어내고 따뜻한 추억을 선물할 이가 다가와 주길......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331-1 버드나무 29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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