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꾼으로 포장된 퇴물 유인태
'쓴소리'꾼으로 포장된 퇴물 유인태
구시대 정치인의 한마디를 포장하는 언론들이 문제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5.1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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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16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망언을 내뱉은 유인태 전 의원.(출처 : CBS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다수 국내 레거시 미디어들이 자주 찾는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 대다수는 소위 당 내 비주류 인사들이 많다. 레거시 미디어들은 대개 이들에게 ‘쓴소리꾼’이란 타이틀을 붙이며 마치 이들의 목소리가 ‘깨어있는 목소리’인 양 추켜세우는 경향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시로 지금은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이상민 의원(대전 유성을)이 있고 개혁신당으로 이적한 조응천 의원(경기 남양주갑)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후로는 이제 단물이 다 빠진 것인지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들다 못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결국 레거시 미디어들이 어떤 의도로 이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키우는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외에 ‘민주당의 원로’라며 자주 호출하는 인물이 있는데 그는 바로 유인태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또 다시 민주당원들과 지지층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진행자 김현정 씨가 이재명 대표 연임론에 힘이 더 실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유 전 의원은 “글쎄, 그건 나는 안 하면 나올 사람 많죠. 5선, 6선들이 저렇게. 6선이 둘에 5선이 있고 다 한번 대표하고 싶겠죠. 그런데 저런 분위기에서 괜히 했다가 또 개딸들한테 역적될까 봐 또 다들 눈치 보고 있는 거겠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가 이승만 정권 시절 자유당과 같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유 전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상황을 두고 “한 사람을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이라는 발언을 해 또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유 전 의원의 전체적인 발언 취지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역동성을 상실한 채 죽어가고 있다는 맥락으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이런 유 전 의원의 발언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한 사람을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이라는 발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만약 정말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정당이라면 이재명 대표가 작년 2차례의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모두 동료 의원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일부터 없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당 안에서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는데 역적들이 수십 명이나 득시글거린다면 그만큼 허약한 황제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유인태 전 의원의 말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한 이재명 대표 연임론은 당 지도부가 꺼낸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스스로 원해서 나온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총선 패배 이후에도 전혀 변화할 생각이 없이 기존에 해왔던 정치 스타일 그대로 가겠다고 한 이상 여야 협치는 이미 물 건너간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강대강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보다 강력한 투쟁심을 불어넣을 사람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게 된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당했다면 ‘이재명 연임론’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175석을 획득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자신의 정치적 실력을 증명했다. 당원들이 ‘이재명 연임론’을 외치는 것 또한 이재명 대표만큼의 실력을 보이는 인물들이 현재 거의 안 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자유당 시절의 이야기를 예시로 드는 건 더욱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유당 시절은 이승만이 정말 그 당에서 황제처럼 군림하고 있었고 당원들의 의중과 관계 없이 이승만-이기붕 후계 구도를 당 지도부에서 고착화시켰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 바로 김상도 린치 사건이었다.

이기붕-이갑성 양강 구도로 치러졌던 자유당 당 위원장 선거 당시 이기붕 측 세력들은 그의 대권 가도를 위한 지렛대로 당 위원장을 활용하려 했고 자신들이 이기기 위해 이정재의 동대문 사단을 동원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정치 깡패들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이 바로 이갑성의 호위무사였던 김상도였다. 즉, 당원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폭력을 통해 이승만-이기붕 구도를 고착화시킨 셈이다.

그런데 현재 이재명 대표는 엄연히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표가 됐고 당 대표 연임론 역시 당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 집중〉의 사회자 김종배 씨가 지적했듯이 디지털 정당화가 되면서 정당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적 요소가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민주당이었다.

이재명 대표 연임론 역시 당원과 지지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본인의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한 사람을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이라는 둥 “개딸들한테 역적될까 봐 또 다들 눈치 보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유인태 전 의원의 발언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한 구시대 정치인의 황당한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유인태 전 의원은 당원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자신들끼리 친목질로 계파 나눠먹기 하던 시절에 정치를 했던 인물이니 당원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현대 정치를 이해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이재명 대표 연임론이 부당하다면 부당하다는 합리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더 사리에 맞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의 발언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구시대 퇴물 정치인을 ‘민주당의 원로’라고 칭송하며 마치 그의 아무말 대잔치를 ‘쓴소리’라고 포장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상민, 조응천 의원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레거시 미디어들이 저들의 목소리를 ‘쓴소리’로 포장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이제 곧 열리게 될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막강한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고 시끄러울 정도로 보도하는 것은 거대 야당으로서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좌절시키고 자중지란을 유도하려는 것에 있다고 보인다. 만약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왜 레거시 미디어들이 기존에 잘만 섭외했던 인물들이 다른 당으로 이적하자 아예 섭외조차 안 하고 기사조차 안 쓰는 것인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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