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8] 일기…홍성군 광천읍 벽계리 팽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8] 일기…홍성군 광천읍 벽계리 팽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5.13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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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내 삶은

팍팍했다

폭염과 비바람을 견디고 나면

혹한과 눈보라가 몰아쳤다

한낮부터 한밤까지

지독하게 뜨거웠던 외로움을 달래려

여린 가지 끝에 한 땀 한 땀 초록 잎을 새기며

생의 여백을 채웠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는 시간,

짙은 그림자가 나무를 집어삼키고

스산한 그리움이 우듬지를 뒤흔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온몸으로 울었다

채우고, 비우고,

참고, 기다리는 게 운명이라면

누군가의 배경으로 남아도 좋다 생각했다

레미콘과 굴삭기에 몸은 실은 인부들이

뚝딱, 마을회관을 올렸을 때

소쿠리에 담긴 노오란 옥수수 앞에 두고

삶의 언어를 나눌 꿈을 꾸었다

허나, 사람들은 그저 오갔고

유희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언어는

아스팔트 아래로 꽁꽁 숨어 버렸다.

열기는 품고

빗물은 뱉어내는

판판한 아스팔트 아래

사방으로 뻗어간 뿌리는

어디로 향해가는지도 모른 채

생을 잇고 있다

벽계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만나는 벽계리 팽나무는 표지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수고로움 없이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나무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었지만,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는 나무는 아니다. 나무 앞에 도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고, 안타깝게도 나무의 가치 또한 빠르게 잊히고 있다.

홍성군 광천읍 벽계리 448-1 팽나무 297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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