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만 세 번 해본 그가 세상을 사는 법
암 투병만 세 번 해본 그가 세상을 사는 법
[인터뷰] 김광선 천안 '책방그루' 대표…허무한 위로보다 함께할 동인을
  • 노준희 기자
  • 승인 2024.05.12 16:0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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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힘든 암 세 번이나...물 마시는 것조차 유리 씹는 고통
“암 환자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3가지”
그래도 “남 잘 사는 모습에 미소 나올 때 ‘내가 잘 사는구나!’ 느껴”

암 투병의 고통을 트리플로 당해봤지만 오히려 새로운 삶의 재미를 느끼며 산다는 김광선 ‘책방그루’ 대표. 그는 휙휙 꺾여온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 주저앉지 않았다.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가 흘렀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비결이 궁금해 그의 인생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굿모닝충청 노준희 기자]  태초에 신은 인간에게 육신과 함께 욕심을 주었다.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욕심, 잘살고 싶은 욕심,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심,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고 싶은 욕심 등. 어쩌면 신은 인간이 그 욕심을 어떻게 대처해 가는지 과정을 지켜보고자 했는지 모른다.

욕심을 채우기는커녕 한 번도 싫은 암을 세 번이나 치렀다면. 아직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세제곱으로 다가온 고통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해 삶이 절망의 바다로 변할 거 같은데…. 

암 투병의 고통을 트리플로 당해봤지만 오히려 새로운 삶의 재미를 느끼며 산다는 김광선 ‘책방그루’ 대표. 그는 휙휙 꺾여온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 주저앉지 않았다.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생기가 흘렀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비결이 궁금해 그의 인생을 잠시 들여다보았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책방에서 ‘몽당연필전’을 열었다. 주로 중장년 추억 속에 자리한 몽당연필. 그는 몽당연필에 자신의 인생을 대입시켰고 예사롭지 않은 의미가 가득한 작품이 그의 책방 곳곳에 걸렸다.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책방에서 ‘몽당연필전’을 열었다. 주로 중장년 추억 속에 자리한 몽당연필. 그는 몽당연필에 자신의 인생을 대입시켰고 예사롭지 않은 의미가 가득한 작품이 그의 책방 곳곳에 걸렸다. 

전시 작품만 약 64점. 우선 5월 말까지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서리1길 94 2층에서 전시한다. 작품활동을 지속하며 올 연말엔 도록을 갖춘 더 풍성한 전시를 열 꿈을 갖고 있다. 게으름을 피울 여지가 없어 더 신난다. 

사업하느라 바빴던 젊은 시절 거의 누구나 그랬듯 그도 건강에 소홀했다. 1999년 우리나라 최초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디자인 벤처기업 1호로 선정될 만큼 회사는 앞날이 창창했다. 하지만 IMF를 견디며 중소기업을 이끌다 보니 건강은 뒷전이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2004년쯤 결국 병원에 갔다. 모든 수치가 정상인 게 없었다. 심각하다며 CT 촬영을 권했다. 

“안 갔어요. 가면 인생이 무너질 거 같았어요...”

고통은 순식간에 그의 몸을 잠식했고 비교적 치료가 잘 된다는 갑상선암은 어느새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급기야 림프샘, 후두 뒤편까지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이 잘 됐나 했다. 꾸준히 치료하면서 4년이 흘렀을 즈음, 배가 너무 아팠다. 위산과다와 식도염이라고 했다.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치료해도 영 개선이 안 됐다.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이번엔 대장암이었다. 대장을 47센티미터나 잘랐다. 

회복이 안 됐지만 수술 한 달 반 만에 지리산 둘레길을 혼자 걸었다. 항암치료를 1년이나 받아야 한다는 게 고민스러웠다. 치료 시작과 함께 고통도 시작됐다. 이를 악물고 견뎌냈다. 

<작품명: 비 내리는 보리밭에서>
“이때를 회고하며 만든 작품, 이른바 내 인생의 바코드’죠. 당시 비 오는 지리산 대나무숲을 혼자 걸었는데 두렵고 무서웠죠. 내 인생이 이거밖에 안 되나 하는 회한도 들어 암울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좌절이 아니고 보리밭을 걷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투병이 점점 긍정으로 바뀌게 되더군요.”(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이때를 회고하며 만든 작품 ‘내 인생의 바코드’예요. 당시 비 오는 지리산 대나무숲을 혼자 걸었는데 두렵고 무서웠죠. 내 인생이 이거밖에 안 되나 하는 회한도 들어 암울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좌절이 아니고 보리밭을 걷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투병이 점점 긍정으로 바뀌게 되더군요.”

대장암 수술도 잘 됐고 호전 중이어서 2년쯤 후 파타고니아와 페루의 마추픽추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해서 가고 싶은 곳을 가는 낙으로 병마의 고통을 이기며 마음의 안식을 찾곤 했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뉴질랜드 남섬 밀퍼드 사운드에도 다녀왔다. 오래도록 염원한 곳에 직접 가보는 기쁨은 몸서리치는 전율을 느낄 만큼 행복했다. 

대장암 5년차 12월 마지막 검진 때였다. 혈액 재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1월에 재검하겠다고 했더니 급하다고 했다. 혈액암이 의심됐다. 

청천벽력이었다. 이제는 암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나 했다. 그런데 오히려 더 심한 혈액암에 걸리고 만 것이다. 그는 “그동안 방사선 치료와 화학치료를 많이 해 혈액암에 걸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가장 고통스러운 암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한 번도 억울할 마당에 세 번이나 암을 겪으니, 세상과 하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무수한 상념의 시간은 생략해도 될 만큼 고통의 망망대해에서 악전고투했다. 

오랜 투병 끝에 다행히 골수 이식을 받았다. 그는 이 기억을 살린 작품도 만들었다. 

“내가 O형인데 골수를 준 분은 B형이래요. 골수를 이식받으면 혈액형이 바뀌기도 한대요. 언제 바뀔 지 모르지만 난 여전히 O형이고 그분의 고마운 B형도 같이 들어 있는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거예요.”(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내가 O형인데 골수를 준 분은 B형이래요. 골수를 이식받으면 혈액형이 바뀌기도 한대요. 언제 바뀔 지 모르지만 난 여전히 O형이고 그분의 고마운 B형도 같이 들어 있는 거잖아요. 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바로 이거예요.”

세 번의 암과 고통스러운 날들을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견디고 버텨냈던 그다. 하지만 혈액암에 관해선 진절머리를 쳤다. 

“다른 사람보다 더 힘들게 암을 겪었어요. 갑상선암은 5배쯤 힘들었던 거 같아요. 혈액암은 아휴 정말…. 물만 마셔도 유리를 씹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져요. 암을 꼭 선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갑상선암이나 대장암을 선택하지, 혈액암은 절대 선택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너무 아파요.”

그가 한참 투병 중일 때 만날 일이 있었다. 멀쩡했던 그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이 온통 까맣게 타버렸다. 정확히 얼굴은 반쪽이었고 몸은 급격히 왜소해졌다. 매우 걱정됐지만 그는 여전히 밝은 얼굴로 대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암을 짊어지고서. 

얼마나 씩씩하게 투병생활을 했는지 담당의사까지 그의 편지를 받고 감동해 울었다고 했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물론 자신과 모두에게 긍정에너지를 전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하지만 잘 나가던 기업도 암 투병에 접으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왜 없었겠는가. 

“암 환자는 세 가지 땜에 죽어. 돈! 치료비가 있어야죠. 또 영양실조 걸려서 죽어요. 먹어도 자꾸 토하거든. 얼굴이 까맣고 빠짝 마르고 아프니까 사람 만나기도 싫어 외로워서 죽어요.”

그리고 그는 암 환자들에게 함부로 위로하지 말아야 할 게 세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 항암 치료하는 사람에게 ‘잘 먹어야지’ 하지 말아요. 먹을 수가 있어야지. 인스턴트 음식 사다 주면서 잘 먹으라고? 병원 밥 냄새 올라오면 그때부터 토하는데?”

“두 번째는 ‘기운 차려, 기운 내’라고만 하지 말아요. ‘기운 차려서 빨리 나랑 같이 걷자’ 하든지 끄적이기 좋아하는 사람에겐 예쁜 노트와 연필을 주거나 이러면 되는 거예요.”

“세 번째, ‘기도할게’ 하지 마요. 곧 죽을 사형수에게 기도해 준다는 말보다 ‘너 대신 사형 받아줄게’ 이게 기도예요. 기도는 그 자리로 대신 들어가 주는 거예요.”

그는 허무한 위로보다 함께할 동인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죽음을 넘나드는 고통 앞에서 아무것도 대신 해주지 않는 공허한 기도가 어떤 위로가 되겠나. 세 번의 암 투병을 거치며 진정한 기도의 의미를 깨달은 듯했다.

‘그 어려운 걸 극복했다’는 건...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음악을 들으며 공연기획까지 해왔던 그에게 암을 극복하게 해준 또 다른 생명 처방은 문화생활이었다. 

처음 천안에 내려와 살았을 땐 마을과 문화를 주제로 ‘언덕길 사람들’이란 비영리 마을신문도 만들었다. 약 4년 정도 수천 부를 발행하곤 했었는데 그마저도 암 투병에 중단해야 했다. 

기운이 없어 중심을 잘 못 잡고 시력도 약해져서 툭하면 어지러웠다. 그 바람에 3년 전엔 뇌진탕으로 뇌 수술도 했다. 

늘 책과 음악, 예술을 가까이 해온 그였기에 몸이 아플수록 노년으로 갈수록 문화생활의 즐거움을 가까이하고 살았다. 책방을 열면서 지친 몸에 평온이 찾아왔고 생기가 돌았다.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하지만 늘 책과 음악, 예술을 가까이 해온 그였기에 몸이 아플수록, 노년으로 갈수록 문화생활에 심취했고 그 덕에 삶의 에너지를 얻었다. 책방을 열면서 지친 몸에 평온이 찾아왔고 생기가 돌았다. 

암이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은 늘 있다. 현재 진행형으로 보는 게 맞는다고 했다. 

“암을 못 겪어본 사람들에게 사실 내 경험을 말하고 싶지 않아요. 아파본 사람이나 고난을 겪은 사람의 이야기가 그리 쉽게 전달되는 게 아니에요. ‘고통을 겪어도 즐겁고 명랑하게 산다’ 이게 중요해요. 지나고 나면 도토리 키재기예요. 신경 안 쓰는 거, 그게 나를 성장시켰어요.”

그러면서 “매사에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게 중요한데 기본은 독서”라고 강조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넌지시 전한 말이다.

연말에 더 풍성한 전시를 열고 싶어 그는 계속 신나게 작품을 만들고 있다. 조그만 책방을 열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몽당연필전을 열고 작은 마을에 음악이 흐르는 시간을 선사하는 김광선 대표. 그는 지금 암을 세 번 치른 환자가 아니라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인생을 연주하고 있었다. (사진: 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문화의 힘을 공유하면서 주변을 아우르고 베푼 만큼 인맥도 단단했다. 조그만 그의 책방에서 문화공연을 기획하면 흔쾌히 와주는 연주자들이 있고 흔쾌히 보러 오는 지인들이 있다. 

이달 25일 책방에서 열 조그만 음악회도 준비해 놨다. 플루트, 첼로, 피아노 연주와 성악가가 함께하는 공연이다. 

“시골 작은 책방에서 한다고 대충 하지 않아요. 출연 음악인들이 모두 유학파 실력자들이죠. 보러 오세요. 무료예요.”

조그만 책방을 열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몽당연필전을 열고 작은 마을에 음악이 흐르는 시간을 선사하는 김광선 대표. 그는 지금 암을 세 번 치른 환자가 아니라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인생을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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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욱 2024-05-13 14:41:00
기본은 독서 , 저도 독서를 꾸준히해서 저만의 언어를 만들겠습니다^-^

문승용 2024-05-13 13:39:57
진정한 인생의 참 맛을 즐기시는 분이네요. 인간승리입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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