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수사 개입 의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거부권 암시한 尹
대통령실 수사 개입 의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거부권 암시한 尹
유재은에게 보고서 제출 요구한 이시원, 그 이유는?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4.05.09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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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연루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좌)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우)의 모습.(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연루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좌)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우)의 모습.(출처 : JT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에 대통령실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 당일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군 사망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 요구였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이 9일 한겨레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은 채 상병 특검법 통과 이후로도 점점 짙어지고 있는데 특검법 통과 직후 대통령실은 곧바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세간의 예측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인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는 8일 공수처와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작년 8월 2일 당시 이시원 비서관이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전화해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른 군 사망 사건 처리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담아 대통령실에 보고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 측은 군 사망사건 전반에 대한 의견을 보고하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당시 통화를 ‘군 사법정책과 관련한 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가장 큰 현안은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이었기에 이런 요구는 ‘군 사망사건 이첩 때 관련자의 혐의를 적시하지 말라’는 등의 무리한 지시 이후 벌어질 논란을 대통령실 차원에서 대비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한겨레는 이 전 비서관이 당시 채 상병 사건 기록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국방부의 기록 회수 의사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장→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순서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즉, 사건 기록 회수의 시작부터 관여했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향후 ‘법무 대응’까지 고심한 셈이다.

실제 유재은 관리관은 작년 8월 2일 이후 이 전 비서관이 요청한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했고, 대통령실과 협의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 유 법무관리관 쪽은 ‘군 사법정책과 관련한 일반론’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채 상병 사건 처리와 관련한 법률 대응 내용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또 공수처가 해당 보고서를 입수한다면 대통령실이 이첩 보류, 혐의 배제, 기록 회수 등 이 사건 전반에 걸쳐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한편, 이시원 전 비서관은 입장을 묻는 한겨레의 문의에 답하지 않았고 공직기강비서관 자리는 지난 7일 이번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에 국민의힘으로 출마했으나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으로 갈음했다. 역시 회전문 인사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록 회수는 이첩 보류 지시 등과 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인정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한겨레는 법조계의 전언을 인용해 ‘이첩 보류’ 지시보다 ‘기록 회수’ 지시의 위법성이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이첩 보류가 ‘행위 만류’라면, 기록 회수는 ‘행위 취소’이기 때문이다. 기록 회수는 해병대수사단의 정당한 권한인 이첩을 만류하는 것을 넘어, 이미 실행된 이첩을 취소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직권남용 또는 공무집행방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군 법무관 출신의 한 변호사의 전언을 인용해 “이첩 보류의 배경인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규명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회수에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밝혀내 처벌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식의 회수는 극히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이고, 따라서 지시했을 경우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은 특검법 통과 이후로도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통과 직후 전가의 보도처럼 야당을 향해 ‘참사의 정쟁화’란 비난을 쏟아냈고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채 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급소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런 의심이 짙어지고 있다.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 관계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우선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나온 뒤 납득이 되지 않으면 자신이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선공수처 후특검’이란 기존의 입장에서 단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고 지난 2일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윤 대통령의 말에 어폐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사건은 윤 대통령 본인도 수사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일개 대통령실 비서관에 불과한 이시원이 독단적으로 수사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명시적 혹은 암묵적 지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본인이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판단하고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기에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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