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사람에 관한 말 2
[정진명의 우리 어원 나들이] 사람에 관한 말 2
정진명 시인, 우리말 어원 고찰 연재 ‘13-사람에 관한 말 2’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4.05.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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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사람들 이미지. 사진=픽사베이/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보’와 같은 뿌리를 보여주는 말이 ‘바리, 부리’입니다. 제주도에서 처녀를 뜻하는 ‘비바리’, 아줌마를 뜻하는 ‘냉바리’는 물론이고, ‘군바리, 데퉁바리, 뒤틈바리, 발바리, 벗바리, 샘바리, 악바리, 약바리, 꼼바리, 꾀바리, 트레바리, 돈팔이, 돌팔이, 자춤발이, 쪽발이, 팽패리, 계명워리(워리는 바리의 변형)’ 같은 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 ‘부리’로는 ‘혹부리영감, 딱부리, 텁석부리’ 같은 말이 있죠. ‘바리’가 좀 더 발음이 강해지면 ‘삐리’가 되는데, 주로 은어로 많이 쓰이죠. ‘학삐리, 고삐리, 깽비리’에 보입니다.

‘배기, 바기’도 있습니다. ‘나이배기, 아둔패기, 엇배기, 악착빼기, 알뚝배기, 양코배기, 코배기, 외대바기, 혀짤배기’ 같은 말입니다. ‘배기’와 비슷한 말은 ‘박이’입니다. ‘토박이, 외눈박이, 점박이, 판박이’가 있죠.

‘나기, 내기’도 있습니다. ‘잔풀나기, 뜨내기, 여간내기, 보통내기, 수월내기, 풋내기, 행내기, 서울내기’가 있습니다.

제주 신화에 ‘바리데기’가 있습니다. 바리데기는 공주죠. 저승까지 가서 죽은 아버지를 살리는 약을 구해오는 효녀입니다. 이것은 가야계의 신화입니다. 드라비다어로 ‘vāri’는 ‘통치자나 관청’을 뜻하고, ‘taŋgi’는 ‘어린 자매’를 뜻해서, ‘vāri-taŋgi’가 그대로 쓰인 것입니다. 말 그대로 ‘공주’라는 뜻입니다.

이 ‘떼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새침데기, 졸때기, 첩데기, 칠뜨기, 시골뜨기, 배불뚝이, 부엌데기, 모들뜨기, 사팔뜨기, 얌심떼기, 졸때기, 쥐대기, 서울뜨기, 촌뜨기, 바우덕이’가 모두 이 ‘덕이’의 변형입니다. 이름에 ‘순덕이, 재덕이, 만덕이, 광덕이’ 같이 ‘덕(德)’을 많이 썼는데, 이 말의 영향입니다.

‘동이’도 있습니다. ‘귀염둥이, 늦동이, 덴둥이, 막동이, 매련퉁이, 먹통, 문둥이, 날파람동이, 물퉁이, 바람둥이, 꾀퉁이, 재간둥이, 업동이, 질기동이, 팔삭동이, 핫퉁이, 굴통이’같은 말에서 보이죠. 어떻게 보면 앞서 본 ‘덕이, 데기’가 유성음화하면서 만들어진 말인데, 한자말 ‘동(童)’의 영향을 받아서 ‘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동지’도 있는데, 이것은 ‘동이’가 구개음화를 일으킨 것입니다. ‘홍동지, 제갈동지’ 한자말 같기도 한데, 우리말의 어감이 더 많이 나서 여기 적어둡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말 중에 ‘치’도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에서 애인을 뜻하는 ‘깔치’가 그것인데, ‘깔’도 ‘갈’로 여자를 뜻하는 말이지만, ‘치’도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갓난아기 중에서 제법 힘 좀 쓰는 아기를 ‘강치’라고 합니다. 게다가 ‘길치, 박치, 음치’ 같은 말에는 여전히 활발하게 살아있습니다. ‘그 치, 저 치’라고 하여 사람을 가리킬 때는 홀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물고기 이름에도 많이 쓰이죠? ‘꽁치, 버들치, 가물치’.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은 제사상에 오르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아마도 말에 차별을 두어서 생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음치, 길치’의 ‘치’가 조금 변하면 ‘추’가 됩니다. ‘꼽추, 땡추, 먹추, 맹추, 데림추, 옹추, 왕초’ 같은 말을 보면 ‘추, 초’도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골초’도 그런 말의 영향입니다. ‘추’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충’입니다. ‘멍청이, 반거들충이, 빙충이’ 같은 말에서는 ‘청, 충’이 사람을 뜻하는 말임을 보여줍니다. 한 발 더 나가, ‘송이, 숭이’도 이와 비슷한 말입니다. ‘천둥벌거숭이, 애송이’를 보면 알 수 있죠.

‘꾼’도 있습니다. ‘거추꾼, 곁꾼, 갈개꾼, 게정꾼, 객꾼, 농사꾼, 드난꾼, 따리꾼, 딴꾼, 말썽꾼, 마바리꾼, 매질꾼, 발쇠꾼, 방아꾼, 방망이꾼, 배상꾼, 부림꾼, 삯팔이꾼, 심부름꾼, 쓰레기꾼, 앞매꾼, 부지꾼, 분대꾼, 불땔꾼, 소리꾼, 얌생이꾼, 연메꾼, 염알이꾼, 장꾼, 활꾼, 익살꾼, 펄꾼, 허드레꾼, 홰꾼, 헤살꾼’처럼 쓰입니다.

‘뱅이, 팽이’도 있습니다. 이것은 앞서 알아본 ‘보’와 같은 뿌리입니다. ‘방’에 ‘이(사람)’가 붙은 것이죠. ‘장돌뱅이, 주정뱅이, 놈팽이, 좀팽이, 좁쌀뱅이’처럼 쓰입니다. ‘이’는 ‘이 이, 저 이’로 쓰이고, ‘날품팔이, 성냥팔이’처럼 쓰이죠. 또 서방님의 옛말은 ‘ᄉᆞᆫ방’인데, ‘샤옹(夫)’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을 한자로 써서 서방(書房)이라고도 하는데, 房이 ‘뱅이’입니다.

이 밖에도 한자와 결합한 말도 있습니다. ‘미치광이, 느리광이, 매치광이’ 같은 말입니다. ‘미치다’의 어간에, 광(狂)이 붙은 것입니다. ‘어리광부리다, 우스꽝스럽다’에서도 ‘광’을 볼 수 있는데, 이 ‘광’이 순우리말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말라깽이’를 보면 ‘깽이’가 ‘광이’와 비슷합니다.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구리’도 있습니다. ‘멍텅구리, 몽구리, 귀머거리, 버커리’에서 볼 수 있죠. 멍텅구리는 원래 고기의 이름인데, 사람에게 비유되다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사람을 다른 짐승에 빗대어 부르다가 아예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는 경우는 적지 않습니다.

‘다리’도 있네요. ‘키다리, 키장다리, 꺽다리, 구닥다리, 노닥다리, 웃도리’ 같은 말에 남아있습니다. ‘달’을 거슬러 가면 ‘ᄃᆞᆯ’이 되고, 이것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의 조상 언어(祖語)입니다. 우리말 이름에 ‘달(達)’자를 많이 붙이는데, 이게 그 영향입니다. ‘다리’가 줄면, ‘대’가 됩니다. ‘허우대, 딱장대, 구리대, 무대, 꼰대’.

‘돌’이나 ‘쇠’도 그대로 사람의 이름에 많이 쓰입니다. 옛날에 병 들지 말고 단단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감돌이, 날쌘돌이, 배돌이, 용귀돌이’, ‘구두쇠, 변강쇠, 관쇠, 텡쇠, 달랑쇠, 알랑쇠, 얼렁쇠’. 남사당패로 가면 사람이 모두 ‘쇠’입니다. 꼭두쇠, 뜬쇠, 곰뱅이쇠, 얼른쇠, 살판쇠, 덧뵈기쇠, 덜미쇠.

‘지기’도 있습니다. ‘直이’로 보기도 하나,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키다’의 뜻이 더 강합니다. ‘교지기, 통지기, 나루지기, 능지기, 반지기, 산지기’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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