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5] 감나무골 느티나무 이야기…태안군 소원면 시목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85] 감나무골 느티나무 이야기…태안군 소원면 시목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4.04.2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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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태안군 소원면 시목리는 마을에 감나무가 많아 감나무골로 불리던 마을이다.

시목리라는 지명 또한 감나무 시(柿)에 나무 목(木)자를 사용한 것이다.

물론 예전보다는 감나무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시목리의 가을 풍경 속엔 감을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가 등장한다.

시목리는 오래전부터 유난히 나무가 많은 마을이었다.

길손에게 그늘을 내어주던 넉넉한 품의 버드나무가 있었고 마을을 지키는 400년이 넘는 커다란 느티나무 또한 세 그루가 있었다.

그중 마을나무 393호로 불리던 시목리 느티나무를 찾아 나섰다.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시목리 느티나무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큰 존재감을 발현한다.

우람한 풍채에서 442년 세월을 가늠할 수도 있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또 다른 모습의 세월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녹슨 쇠붙이처럼 보이는 수피는 나무가 견뎌온 시간을 짐작하게 했고, 사방으로 굽이치며 넓게 뻗어낸 가지는 웅장함을 자아냈다.

온몸으로 세상의 풍파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품을 키웠을 시목리 느티나무, 이 나무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몇 가지가 숨겨져 있다.

지금은 시목리에 느티나무 노거수가 두 그루뿐이지만 오래전에는 세 그루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가 제멋대로 느티나무 한 그루를 베어버렸고 나무의 노여움을 입는 그는 이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나무를 벤 사람의 죽음이 우연인지, 정말 나무의 노기(怒氣)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이후 마을 사람들은 느티나무 노거수에 대한 경외심을 더욱 크게 가졌다.

현재 시목리에 남아 있는 느티나무 두 그루는 멀찌감치 마주 서 있는데 어떤 나무에 잎이 먼저 돋느냐에 따라 흉풍을 점쳤다고도 전해진다.

하지만 흉년을 점쳤다고 해서 나무를 해하거나, 원망하는 이는 없었다.

혹여 느티나무 그늘이 너무 크게 드리워져 농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해도 나무를 훼손하지 않았다.

느티나무를 신목으로 존귀하게 여기고 지켜온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느티나무로 흉풍을 점치는 시대를 지났지만, 여전히 시목리 느티나무는 마을 사람들에게 귀한 나무로 사랑받고 있다.

오래된 기억을 품은 과거이기도 하지만 햇살이 여물어 그늘을 찾게 되는 날 언제고 품을 내어주는 오늘로써 말이다.

태안군 소원면 시목리 54-13 느티나무 442년(2024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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