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⑦] 버려진 물건에 두 번째 이야기를 담다
[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⑦] 버려진 물건에 두 번째 이야기를 담다
전지연 마크라메 홍연 대표, 새활용공예가…청주시 청원구 내수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3.06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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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세계환경의날 새활용공예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전지연 대표.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주시 새활용시민센터 입주공방으로 들어온지 벌써 1년. 새활용공예가로서의 의미있는 환경행사에 참여도 하고, 창작의 고민으로 열정적으로 치열하게 보냈으며, 때로는 공예가 선생님들과의 즐거운 수다로 1년을 보냈다. 늘 그렇듯 지나고 보면 기억나는 모든 순간들이 소중한 시간들임을 느낀다.

마크라메는 '서양매듭공예'이다. 한번 더 생활 속 매듭작품들을 말해주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시며 이해하는 분들이 아직은 많다. 가죽공예, 목공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지만, 매듭공예는 특히 서양매듭인 마크라메는 부연설명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크라메 공예를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공예가로서의 나의 성장이 더 먼저라고 생각했다. 꼭 해야 하겠지만 새활용공예는 “그 다음에” 라고 나름 순서를 정해놓았던거 같다. 작년 2월 새활용시민센터 공방에 입주를 위한 면접을 보기까지 스스로 새활용공예가로서 확신이 없었기에 망설이고 고민했었다.

청주시평생학습관 여름특강 중 하나인 매듭으로 만든 ‘감성캠핑의자 클래스’를 한 적이 있었다.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고 원데이 클래스 문의가 왔다. 낚시의자가 낡았는데 가져가면 사진작품처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였다. 물론 흔쾌히 일정을 잡고 클래스를 진행했다. 의자의 낡은 천을 가위로 자르고 골조에 매듭을 엮어 새로운 디자인의 의자가 탄생했다. 그 수업은 고민중이었던 내가 새활용공예가로 용기 낼 수 있도록 해준 계기가 되었다. 2시간 동안 매듭하며 이 의자로 아이들과 캠핑했던 이야기, 물고기를 잡아 며칠 전에 시댁에 가져다 드린 이야기.

의자 하나로 정말이지 많은 추억들을 이야기했고, 듣는 내내 미소 지으며 추억 속으로 함께 여행을 다녀온 듯 했다. 작은 낚시의자. 새것으로 산다고 해도 클래스비용보다 싸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소중한 추억은 살 수 없을 것이다. 새활용공예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새활용공예의 가장 큰 가치는 역사가 있는 공예라는 것, 그것은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 왜 고민했지? 무엇을 두려워한 거지?

자신감이 생기니 주위에 하나 둘씩 새활용 작품들의 소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아서 못 입는 딸아이의 티셔츠를 얀(실)으로 잘라 세탁소 옷걸이에 매듭을 엮어 논슬립 옷걸이로 만들었다. 아파트 분리 배출함에 버려진 스탠드를 주워 매듭으로 새 옷을 입히고 엔틱 조명으로 재탄생시켰다. 친구가 유행이 지나 창고에 있는 스탠드를 가져왔다. 그 스탠드를 선물해준 친한 언니 이야기, 그 당시 유행코드, 그땐 그랬지 등등 또 이야기 한 보따리를 풀며 시간을 가졌다.

현재 마크라메 홍연은 그 어렵다는 면접시험(?)의 관문을 통과, 새활용시민센터의 입주공방에 자리하고 있으며 나는 마크라메 새활용 공예가로 활동하고 있다. 마크라메 운동화끈 걱정인형, 티셔츠 얀으로 만든 보혜미안st 고양이 해먹, 바닷가의 유목과 실커텐으로 만든 스탠드 조명, 티셔츠얀 플랜트 행잉, 감성캠핑용품 등 마크라메 매듭기법을 활용한 새활용작품들로 공모전 참가, 공방연합전시회 등에 참여하고 활동 해왔다.

환경의 날 기념 운동화 끈 걱정인형 체험행사를 위해 운동화 끈을 모아야 했는데, 멀리 있는 식구들에게, 아는 지인들에게, 아파트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꽤 많은 양의 끈 들을 모을 수 있었다. 청소년 환경리더 자원활동에서는 청소년들이 직접 운동화 끈을 가져와 활동했으며, 그 시간은 자원순환의 의미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가끔은 재료를 살 수 없는 새활용공예의 특성 탓에 재료를 구하려 하면 발품 손품을 팔아야 하는 귀찮음을 이겨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운동화 끈을 모으기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던 활동이었다. 모아놓은 끈들의 다양한 종류, 한때 유행했던 컬러들, 손주의 딸의 운동화 끈 등 역시 스토리의 즐거움이 있었다.

청주새활용공방연합작품전 출품작.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이전에 어려워했던 나는 어디로 갔나?

지난달에 2024년 새활용공예체험 프로그램 운영제안서를 제출했다. 따라하기 쉽게, 그래서 생활속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들, 그런데 예뻐서 더 만들고 싶게 하는 작품들을 생각한다. 또 창작의 시간이 왔다. 제안서의 합격 여부는 저 멀리가고, 즐기는 듯한 내가 보였다.

최근에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처럼 웹소설이나 드라마에서 판타지 시리즈가 언젠가부터 유행이 되기 시작했다. 그 애독자 중 한사람이다. 과거로 가거나 다른 사람으로 빙의해 새로운 인생을 사는 스토리들이 대세가 되었다. 문득 내가 그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되는 상상을 했다. 버려진 물건들에게 새로운 두 번째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스토리작가 아니 새활용공예가. 사람들이 새활용공예를 내가 느꼈던 그 어려움이나,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이 아닌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생활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지극히 개인적인 상상력을 적용해 보았다. 

소설 제목은 “얘들아 이번 생은 무엇으로 살게 해줄까? 나는 새활용공예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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