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⑥] 청바지가 맺어준 인연, 새활용공예가
[나는 새활용공예가다⑥] 청바지가 맺어준 인연, 새활용공예가
박수현 새활용공예가…청주시 서원구 두꺼비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4.02.2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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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활용공예가 박수현씨의 새활용공예 박업 모습.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춘, 젊음, 자유, 낡음, 작업복, 반항, 여대생, 편함, 등산, 리바이스, 제임스 딘, 박상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청바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다양한 낱말들이다. ‘청바지를 좋아하시나요?’라고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한다고 답할 것이다. 청바지를 매우 즐겨 입는 사람들도 있지만 청바지를 즐겨 입지 않는 사람들도 한 두벌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청바지의 역사는 1850년대 미국 서부 골드러시로 황금을 캐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전 지역이 천막으로 변해갔고 천막천을 판매하던 스트라우스는 이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다 군납 알선자에게 10만여개 천막천의 납품을 알선해주겠다고 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결국에 군납의 길이 막혀 고민하던 차에 광부들이 모여 닳아 헤진 바지를 꿰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천막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닳지 않을 것이라는 이이디어가 떠올라 이를 제품으로 만들었고 이 바지는 광부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스트라우스는 바지 옷감을 데님으로 바꾸고 색깔도 파란색으로 염색 했다. 질기고 튼튼한 청바지는 점차 일반인들에게 보급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겨 입는 청바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근면함과 회복력의 대명사가 되기도 하고 규범을 거부하는 반항적인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나팔바지, 부츠컷 스타일 스키니진, 슬림핏, 스트레이트, 찢어진 청바지, 애시드 워싱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행을 선도하면서 새로운 제품들이 넘쳐 흐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청바지의 개수도 7벌, 청자켓 2벌, 청셔츠 1벌, 청치마 1벌까지. 모두 11벌의 청 옷이 있다.

몇 해 전 청바지를 가지고 공예 수업을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청바지의 개수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질문하면 대부분 서너벌 정도라고 답하는데 한 복지관에서 수업 중 질문을 드리니 어르신이 수줍게 ‘저는 20벌이요’라고 해서 모두 놀란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분이 ‘제가 워낙 청바지를 좋아해서요’라고 답했다. 나는 이어서 청바지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청바지가 나에게 오기까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약 40가지의 공정이 들어간다. 그리고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드는 물의 양은 약 7,000리터라고 한다. 7,000리터의 양은 4인 가족이 1주일 정도 사용하는 물의 양이다.

그러자 그 어르신이 ‘아이고 이제부터는 청바지를 그만 사야겠네’ 이러시는 것이다. 최근 만난 예쁜 지인은 ‘저는 30벌 쯤 있는거 같아요. 워낙 청바지를 좋아해서 바지, 치마, 조끼, 셔츠, 자켓 등 너무 좋아해서 가지고 있어요’라고 말했고 나는 조금 놀라웠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야한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소비하는 것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필요하거나 예뻐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조금만 알게 된다면 마음속의 불편함이 점점 커져서 소비생활의 패턴도 언제든 바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수현 새활용공예가.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환경과 인연을 맺고 다양한 것들에 눈을 뜨게 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매 순간마다 느끼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한 획을 긋게 된 것은 새활용공예가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이름으로 시작은 했지만 지금도 드는 생각은 ‘무지함’과 ‘용감하다’이다. 새활용공예가양성과정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면서 재미있었다. 양성과정이 끝날 무렵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니 이 무슨 날벼락 같은 것인지 매우 당황스러웠다.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을 하다, 청바지를 활용한 ‘따로 또 같이’라는 앞치마를 생각해 냈다.

가족들의 청바지를 활용하고 앞치마의 위와 아래를 각각 다른 청바지로 제작하여 서로 번갈아 가며 엄마 바지와 아이 바지를 만나게 할 수도 있고, 아빠 바지와 엄마 바지가 만날 수도 있게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디어를 내면 끝인 줄 알았는데 만들어야 한다니 기가 막혔다.

재단가위도 처음이고 재봉틀도 처음인데 앞치마를 만들라고요?

다행스럽게도 재봉을 잘하는 공예가선생님들에게 실 꿰는 방법, 재봉틀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가죽공예를 하는 선생님에게 도구방법을 배워 첫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지금 보면 바느질도 삐뚤고 엉성해서 부끄럽지만 내 생애 첫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대견스럽기도 했고 창피함이 함께 온 작품이다.

새활용공예가라는 낯선 이름으로 시작된 청바지와의 인연, 매년 새로운 아이디어와 작품을 낼 때는 부담감이 크지만 힘듦과 고된 노력이 지나 작품이 완성되면서 느리지만 조금씩 발전해가는 공예가로서의 나를 만난다. 함께하는 공예가선생님들의 격려와 잘했다는 칭찬을 받으며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노동자의 작업복으로 시작한 청바지는 남녀노소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패션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변화하는 패션의 홍수 속에 가치있는 소비와 환경에 덜 해가 되는 슬로우패션, 컨셔스 패션이 되었으면 한다. 한걸음 나아가 새활용으로 가치를 올려 최대한 쓰임을 다하는 청바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예가활동과 수업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고마운 시간들이다. 공예수업을 받는 분들도 처음이라며 재밌어하시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덜 사고 오랫동안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동시에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라고 하신다.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하고 작품을 만들면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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