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기획 감사였던 월성 원전 감사
[청년광장] 기획 감사였던 월성 원전 감사
독립성 ·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유병호 문건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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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기획, 표적감사 논란을 빚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기획, 표적감사 논란을 빚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23일에 뉴스타파가 또 다시 특종을 보도했다. 감사원의 이른바 ‘유병호 문건’을 입수했는데 월성 원전 감사가 사실 기획된 ‘시나리오’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감사원의 독립성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논란이 되었던 바 있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지만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다는 이중성과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의 독립성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통계조작 의혹 등 정부 비위를 파헤치기 위한 감사,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표적 감사 권력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전방위적이고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독립성과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감사원의 중심에는 이른바 '실세'라고 불리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지난 2019 문재인 정부를 뒤흔들었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좌천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한꺼번에 직급 승진해 사무총장이 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한 인물이다.

거침없는 '안하무인' 답변으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로 직접 보고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유병호 사무총장이 직접 작성한 감사원 내부 문건을 입수했다고 한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감사원 공공기관 감사국장이었던 지난 2020년부터 21 사이 작성한 이른바 '공감노트'라는 문건인데 일종의지휘 서신 해당하는 문건이라 한다. '주요 공감 논의 사항' 등의 제목이 달린 문건 22건이고, 합치면 70 분량이다.

지난 2019 10 감사원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당초 최재형 감사원장은 2020 4.15 총선 전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잘못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감사위원들의 반대로 감사결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자 감사 책임자인 공공기관 감사국장 자리에 유병호 씨를 임명했다. 총선 닷새 뒤인 2020 4 20 '구원투수' 투입된 유병호 국장은 기존의 감사 방향과는 전혀 다른 판을 짰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유병호 문건에는 바로 이 ‘새 판 짜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문건에서 유병호 국장은 월성 원전 감사팀을 '부당개입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백운규 산업자원통산부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부당 개입했다" 감사의 결론을 미리 정해둔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방증이다. 2010 5 21 국장은 '부당개입팀'에게 "스토리 라인과 그림을 전달하겠음"이라며 감사의 방향을 지시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이튿날 문건에 '스토리 라인과 그림' 무엇인지 자세히 나온다.

문건 속 내용을 보면 “백(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직접 또는 부하직원들을 통해 정(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한수원 관계자를 압박해 즉시 가동 중지를 관철시키고, 정 등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이사들을 적극적으로 기망해 즉시 가동중지 안건을 통과시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유병호 국장의 이런 지시 때문인지, 감사 과정에서 국장이 그린 '스토리 라인과 그림' 맞지 않는 산업부의 소명은 모두 무시됐다. 감사의 초점도 오로지 경제성 평가에만 맞춰졌다. 감사를 받은 산업부 관계자들과 한수원 이사들은 감사원 직원들이 미리 정해 놓은 결론에 맞는 진술을 강요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결과, 5개월 뒤인 2020 10 감사원은 유병호 국장이 '부당개입팀' 전달한 '스토리 라인과 그림' 정확히 일치하는 감사 결과보고서를 내놨다.

뒤인 2020 11 시민단체들은 최재형 감사원장과 유병호 당시 공공기관 감사 국장을 직권 남용과 강요죄 등으로 고발했다. 감사 범위를 부당하게 경제성에만 국한시킨데다 경제성 평가마저 객관적이지 못했고, 사전에 만든 결론과 시나리오에 맞춰 문답서를 각색하고 날인을 강요했다는 이유이다. 그러나 검찰은 2년이 넘도록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오늘 뉴스타파가 보도하는 '유병호 문건'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른바 '유병호 문건'에는 월성 원전 감사에 대한 구체적 내용 외에도 일상적인 업무 지시와 직원들에 대한 당부의 등도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감사 업무에 대한 유병호 사무총장의 태도와 철학을 유추해볼 있었다. 놀랍게도 유병호 사무총장이 직접 작성한 문건을 보면 그는 감사 업무를 사냥이나 전투로 감사 대상은 사냥감이나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이같은 '철학' 교육받아서일까? 실제로 유병호 국장의 지휘를 받던 월성원전 감사팀은 "호통과 윽박지르기를 반복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감사원이 만든 시나리오에 맞춰 답변할 것을 종용했다" 산업부 문신학 국장은 증언했다.

심지어 민간인 신분이었던 김해창 한수원 사외이사 역시 "유치장에 끌려간 죄수 취급을 받았다" 말했다. 유병호 국장 체제에서는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도록 감사사무 처리규칙 6조나 "피감사자에게 위압감이나 불쾌감을 줘서는 안된다" 감사 공무원 행동강령 24조가 무의미해진 듯하다.

이에 더해 유병호 사무총장은 부하 직원들에게 보낸 '지휘 서신' 통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대표로 선출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에 대해 '괜찮은 젊은이', '신선한 돌풍'이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의 국민의힘 성향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감사원이 보이고 있는 여러 행태는 유병호 사무총장의 이런 특징, 감사를 사냥이나 전투로 규정하는 태도와 노골적인 정치적 성향이 결합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이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월성 원전 게이트니 하고 떠들어댔던 건 결국 감사원의 기획, 표적 감사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는 자기 편이 아닌 상대는 무조건 적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상대를 사냥감처럼 몰아세워 말살시킬 있다는 비뚤어진 권력관, 수사 대상이나 감사 대상을 겁박해 원하는 진실을 얼마든지 주조해낼 있다는 위험한 자신감 등이 바로 윤석열대통령의 행위와 닮은 점이라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검찰과 감사원이라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 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동안 생겨나 공유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남겼다. 유병호의 감사원이 벌이고 있는 여러 무리한 감사들과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이 수사하고 있는 여러 무리한 정치적 사건들이 겹쳐 보이는 것 또한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누군가 뉴스타파에 제보한 감사원 내부 문건이 유병호 표 '사전 각본 감사'의 실체를 드러낸 것처럼,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이 벌이고 있는 여러 정치적 수사의 진실도 시간이 걸릴 뿐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과 최재형-최재해 원장으로 이어지는 이 체제 하의 감사원. 정말 이 둘은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그 수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편파적으로 수사를 하고 감사를 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자기 입맛에 안 맞는 정권에는 수사권이라는 무기를 악용하고 있다. 이 뉴스타파의 기사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 기관의 위험성을 다시금 알려준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표적 감사에서 비롯된 월성 원전 게이트는 결국 허구라고 봐야 맞을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그리고 검찰과 감사원은 ‘원전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듯하다. 하지만 원전은 절대 만능이 아니다. 구 소련 말기에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와 12년 전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보고도 그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게 올해로 3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발전소가 있었던 프리피야트는 유령도시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가이거 계수기가 미친 듯이 울릴 정도로 방사능이 관찰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체르노빌 원자력 폭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폐기물은 3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처리할 기술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있는 상태다. 단지 석관으로 덮어서 봉인해 놨을 뿐 괴물은 아직도 그 석관 밑에서 잠들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전만능주의를 외치는 건 그야말로 구닥다리 사고방식이라 볼 수밖에 없다. 탈원전 정책은 이런 원전의 폐단이 나오고 있기에 원전 비중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는 이미 가동수명을 훨씬 넘긴 노후 원전이다. 사람이 만든 것은 다 사람을 닮는 법인데 기계도 수명이 있고 늙은 기계를 무리하게 가동하면 결국 죽는다.

특히 고리 1호기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데 이 고리 1호기가 폭발하게 되면 대한민국 제 2의 도시인 부산과 또 다른 대도시인 울산 등을 모조리 유령도시로 만들어버릴 만큼 대단히 위험하다. 이런 노후 원전은 당연히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폐쇄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런데 경제성에만 천착해서 그걸 ‘감사’를 단행했다니. 바로 이런 행위를 두고 한 말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한다. 검찰과 감사원을 향해 고강도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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